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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5]국방과학 만난 스타트업, 바이러스 잡는 ‘신무기’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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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록
댓글 0건 조회 416회 작성일 22-05-24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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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도 몰랐던 명품 이야기] 공기살균기 ‘클렌’ 

나하고 상관없을 줄 알았던 역병은 멀리 있지 않았다. 지난 2년 동안 내 주변 사람들 가운데 4명이 사망했고,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임종조차 못 지킨 채 어머니의 유골함 앞에서 섧게 울던 친구의 모습이 선명하다. 다른 이 하나는 확진판정 후 호흡곤란으로 외부 산소 공급장치인 에크모 신세까지 졌다. 역병의 위력이 실감난다. 나라고 비켜 갈 수 있을까? 전파자는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어쩔 수 없이 스치거나 만났던 주변인들이다. 나만은 비껴가리라는 근거 없는 믿음은 슬슬 공포로 바뀌고 있다.

공기살균기 ‘클렌’. 제4의 물질이라는 플라즈마에서 방출되는 살균력으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한다고 알려진다. [사진 윤광준]

공기살균기 ‘클렌’. 제4의 물질이라는 플라즈마에서 방출되는 살균력으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한다고 알려진다. [사진 윤광준]

쓰라는 마스크 열심히 썼고, 기간 어기지 않고 백신도 다 맞았지만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 물이나 먹거리가 원인이라면 조심하면 된다. 하지만 고약하게도 지금의 역병 인자는 누구의 입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바이러스다. 세상에서 제일 큰 고래도 때려잡는 인간이 눈에도 안 보이는 바이러스에 절절매며 끌려다닌다. 가는 곳마다 QR코드를 찍느라 열지어 서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물고 물리는 천적 관계의 비대칭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나온 관성으로 보자면 마스크 열심히 쓰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혼자 산다면 무슨 문제랴.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밥은 다른 사람에게서 나온다. 이런 북새통에도 사람들로 빼곡하게 채워진 전철과 버스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껄끄러운 사람들과도 만나야 하고 어깨가 닿을 듯 가까이 앉아 밥도 함께 먹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하던 일을 계속 하면서 일상을 살아내야 유지되는 삶의 룰은 변한 게 없다.

오랜만에 들른 후배의 사무실은 못 보던 물건으로 넘쳤다. 어수선한 시국에도 유통업 쪽은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녀는 업무공간을 쾌적하게 꾸며 방문객의 감정선까지 챙기는 디테일한 배려심의 소유자다. 여기서는 주변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식사도 할 수 있다. 여러 사람이 찾는 만큼 코로나 감염 방지를 위한 대비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창문을 열어 수시로 환기시키는 건 물론이고 큰 공기정화기가 돌아간다. 혹시 확진자가 방문한다 해도 바이러스마저 걸러낼 공기살균기까지 갖췄다.

온갖 물건에 대해 아는 척하고 산 나도 공기살균기 클렌(Klaen)을 여기서 처음 봤다. 여느 공기청정기와 달리 공기 속 병원균과 바이러스 살균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공기 속 에어로졸 상태로 흡입된다. 만약 실내에 흩날리는 바이러스가 차단되거나 제거된다면 감염은 일어나지 않는다. 얼마 전 있었던 태백의 한 미용실 사례가 참고될 만하다. 좁은 공간에서 확진자와 5시간 동안이나 함께 있던 사람들 모두 멀쩡했다. 그곳에 공기살균기 클렌이 있었다고 한다. 세상의 좋다는 물건을 감별하고 유통시켰던 후배의 촉이 발동됐다. 실전에서 검증된 공기살균기를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공기살균기 ‘클렌’. 제4의 물질이라는 플라즈마에서 방출되는 살균력으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한다고 알려진다. [사진 윤광준]

공기살균기 ‘클렌’. 제4의 물질이라는 플라즈마에서 방출되는 살균력으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한다고 알려진다. [사진 윤광준]

나의 집과 작업실에선 이미 공기정화기를 쓰고 있다. 평소 큰 덩치의 공기청정기에 켜진 푸른 불빛을 보며 맑은 공기가 뿜어져나온다는 안도감을 느꼈다. 플라시보 효과 같은 것이지만, 정작 공기청정기의 효과는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기존 공기청정기의 작동원리와 정화방식은 흡입한 더러운 공기를 필터로 걸러 다시 뿜어내는 것이다. 맑은 공기가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공기가 맑게 희석될 뿐이다. 어떤 연구자료는 공기청정기의 흡입 배기 방식이 외려 오염된 공기를 흩뿌릴 수 있음을 경고했다. 뿜어져 나오는 바람의 세기와 높이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바닥보다 높은 곳에 두어야 원래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공기정화는 모르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대처하기엔 무리란 생각이다.

여러 비교 끝에 후배의 사무실에서 본 공기살균기 클렌을 들여놨다. 클렌은 기체·액체·고체도 아닌, 제4의 물질이라 부르는 플라즈마에서 방출되는 살균력으로 바이러스까지 제거한다. 실제 코로나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효과가 확인됐다. 물론 메이커의 자료를 액면 그대로 믿는 건 아니지만, 실험 조건의 한계를 감안해도 바이러스 제거 능력은 남달랐다.

지금까지 이런 물건이 없었던 건 아니다. 병원이나 연구소에서 쓰는 대형 공기살균기가 있다. 문제는 큰 덩치와 엄청난 가격대로 일반인들이 쓸 수 없다는 것. 플라즈마는 기체에 큰 에너지를 가할 때 분자가 이온화되면서 일어난다. 대기압에서 플라즈마가 방출되려면 고전압을 걸어야 한다. 기존 플라즈마 발생 장치는 전원공급을 위해 크고 무거운 부품의 조합이 필수다. 소형의 범용 제품을 만들 수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절실한 필요가 있다면 온갖 제약을 단번에 뛰어넘는 괴력을 보여주지 않던가. 이를 만들어낸 곳은 엉뚱하게도 산업용 3D 프린터로 장비개발을 하는 정록이란 스타트업이다. 국방과학연구원이 연구하던 생화학전이나 방독면에 쓰일 제독 장치의 시제품을 정록에 의뢰한 일이 계기다. 크기가 작고 저전압에서 구동되는 고효율 플라즈마 발생장치를 만들어낸 건 기존 전문업체의 기술적 관성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역발상으로 접근한 스타트업의 무모함쯤으로 이해하면 무리가 없다. 여기에 병사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국방과학 연구의 노하우가 더해졌다. 이종 분야의 융합으로 역병에 대처하는 신무기 하나가 만들어진 셈이다.

병원균과 바이러스를 죽이는 클렌의 우악스러운 성능에 비해 크기는 작다. 소형 플라즈마 발생 장치에 공급되는 전압은 기껏해야 12V다. 수만 볼트의 전압이 걸린다는 번개의 플라즈마 효과를 가정용 일반 전원 어댑터로 해결한다. 테이블 위나 선반도 좋고 들고 다니며 써도 된다. 공기를 흡입하지 않는 제균 방식이어서 뒷면이 밀폐돼도 괜찮다. 여러 사람이 테이블에 모여 회의를 한다면 바닥에 뉘어두어도 좋을 듯하다. 흠이라면 대기업 제품처럼 마무리가 매끄럽지 않고 디자인의 세련됨이 떨어진다. 하지만 어쩌랴. 급한 불부터 끄고 봐야지.

여러 사람이 찾아오는 작업실에서 공기청정기와 클렌을 함께 돌린다. 코로나 시대가 만들어낸 과잉의 모습이긴 하다. 누구도 지켜주지 못하니 각자도생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난 여전히 누군가 만나고 말해야 하며 함께 숨 쉬어야 밥이 나오는 생계형 작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에 굴복해 하던 일을 멈추기는 싫다.